
군대 내 성적 학대 트라우마와 수치심: 40대 남성이 최면상담으로 자존감을 회복한 기록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MBTI나 ‘사회적 에너지’라는 개념을 빌려 현대인의 고립을 설명하곤 합니다. 하지만 어떤 이들에게 타인과의 단절은 단순한 성향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 선택한 처절한 방어기제이기도 합니다. 오늘 제가 들려드릴 민석 님(가명)의 이야기는 20년 전 군대라는 폐쇄적 환경에서 겪은 참혹한 상처가 한 남성의 삶을 어떻게 무너뜨렸으며, 그가 어떻게 다시 세상 밖으로 걸어 나왔는지에 대한 기록입니다.
군대 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의 심층적 이해
군 조직 특유의 폐쇄성과 수직적 구조는 트라우마의 깊이를 더욱 심화시킵니다. 특히 성적 학대와 같은 대인 관계적 외상은 인간의 기본적 신뢰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습니다.
1. 트라우마 발생의 원인과 기전
신체적 관점: 현대 의학적 소견에 따르면, 극심한 공포와 스트레스는 뇌의 편도체와 시상하부 등 감정 조절 부위에 기능적 변화를 초래합니다. 위험 상황이 종료된 이후에도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으로 인해 신체는 여전히 ‘전시 상태’처럼 반응하게 됩니다.
심리적 관점: 군대 내 성적 학대는 단순한 신체적 피해를 넘어 피해자의 남성성과 자아 정체성을 파괴하는 강력한 힘을 가집니다. 이는 만성적인 수치심과 낮은 자존감으로 이어지며, 일상의 사소한 자극에도 극심한 고통을 느끼는 트리거를 형성합니다.
사회환경적 관점: 폐쇄적인 군 문화 안에서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한 채 고립된 경험과 남성 피해자를 향한 편향된 시선은 증상을 더욱 고착화하는 요인이 됩니다.
2. 통합적인 접근과 최면상담의 역할
일반적으로 불안과 우울을 조절하기 위해 약물 요법이 병행되기도 하지만, 논리적인 이해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신체적 거부 반응(구토, 마비, 혐오감)이 존재할 때 최면적 접근과 EFT(감정자유기법)는 탁월한 보완책이 됩니다.
무의식 깊은 곳에 얼어붙은 그날의 신체 감각과 감정의 뿌리를 직접적으로 다룸으로써, 약물이나 인지적 설명만으로는 도달하기 어려운 깊은 내면의 정화를 돕기 때문입니다.
스스로를 고립된 성벽에 가둔 민석 님의 이야기
민석 님은 40대 중반의 유능한 IT 개발자입니다. 직장 내에서는 성실함을 인정받고 있었지만, 퇴근 후의 삶은 철저한 고독 그 자체였습니다. 그는 마흔이 넘도록 단 한 번의 진지한 연애조차 해보지 못했을 만큼 타인과의 관계를 밀어내고 있었습니다. 특히 신체적 접촉에 대한 거부감은 공포에 가까웠습니다. 동료가 격려의 의미로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기만 해도, 그는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는 불쾌감과 함께 명치가 타들어 가는 듯한 통증을 느꼈습니다.
그가 저를 찾아와 처음 내뱉은 문장은 충격적이면서도 가슴 아픈 고백이었습니다. “제 몸이 마치 오염된 걸레처럼 느껴집니다. 아무리 씻어내도 그 끔찍한 냄새가 가시질 않아요.” 이 극심한 자기혐오는 그를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보이지 않는 감옥에 가두어 둔 채, 세상으로부터 스스로를 단절시키게 만든 근원이었습니다.
첫 번째 상담: 견고한 방어기제 너머의 진실을 마주하다
상담 초기, 저는 민석 님의 고통을 섣불리 분석하기보다 그가 안전함을 느낄 수 있는 심리적 토대를 구축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민석 님은 처음에는 최면적 접근의 효과에 의구심을 보이며 상황을 논리적으로만 설명하려 애썼습니다. 이는 상처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오랫동안 사용해 온 ‘주지화’라는 방어기제였습니다.
저는 그에게 현재 몸에서 느껴지는 감각에 집중해볼 것을 제안했습니다. “민석 님, 지금 누군가 당신의 어깨에 손을 올린다고 상상해 보세요. 몸의 어느 부위가 가장 반응하나요?” 그는 즉시 명치를 부여잡으며 대답했습니다. “여기가 꽉 막히고 속이 울렁거립니다. 당장이라도 토가 나올 것 같아요.”
우리는 이 명치의 통증을 길잡이 삼아 무의식 속 과거의 기억으로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현재의 불편함에서 시작해 대학 시절의 불쾌했던 기억들을 지나, 마침내 도달한 곳은 20년 전 군대의 어두컴컴한 보급창고였습니다.
20년 전 보급창고, 얼어붙은 이병의 시간
그곳에는 20대의 청년 민석 이병이 서 있었습니다. 선임에게 성적 학대를 당하던 그 찰나, 그는 자신이 존엄한 인간이 아니라 누군가가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고기 덩어리’가 된 것 같은 참담함을 느꼈다고 고백했습니다. 당시 느꼈던 명치의 통증 수치는 9점에 달했고, 그의 온몸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상담실에서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현재 그를 괴롭히는 모든 증상의 시발점이었습니다. 그가 느꼈던 ‘오염된 감각’은 사실 20대의 청년이 울음 대신 삼켜야 했던 극도의 수치심과 공포가 신체에 각인된 결과였습니다. 저는 이 얼어붙은 기억의 감각을 녹여내지 않는 한, 그의 현재는 결코 따뜻해질 수 없음을 직감했습니다.
여러 회기의 상담: 상처를 지키던 ‘보호자’와의 대화
우리는 여러 차례의 회기를 통해 그날의 사건과 이후 발생한 유사한 감정의 파편들을 하나씩 꺼내어 EFT(감정자유기법)로 정화해 나갔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는 민석 님 내면에 깊이 자리 잡은 특별한 ‘파트’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 파트는 차가운 목소리로 그에게 속삭이고 있었습니다. “절대 사람을 믿지 마. 아무도 다가오지 못하게 해. 그래야 네가 다시는 더러워지지 않을 테니까.”
상담사로서 저는 민석 님과 함께 이 파트가 가진 ‘긍정적 의도’를 찾아냈습니다. 그를 고립시키고 연애도 하지 못하게 막았던 그 강박적인 행동들은, 역설적으로 민석 님이 다시는 그런 끔찍한 상처를 입지 않도록 지켜내려 했던 무의식의 필사적인 노력이었습니다.
“나를 보호하기 위해 그토록 외로운 시간을 견디게 했구나. 정말 고맙다.” 민석 님이 진심으로 자신의 방어기제를 수용하고 고마움을 전하는 순간, 명치를 짓누르던 통증은 순식간에 2점까지 떨어졌습니다.
수치심이 물러난 자리에 찾아온 치유의 빛
오랫동안 그를 괴롭혔던 수치심이 옅어지자, 비로소 인식의 전환이 일어났습니다. “제 몸이 더러운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나쁜 짓을 저지른 것이었습니다. 나는 그저 피해자였을 뿐인데, 왜 20년 동안 제 자신을 ‘걸레’라고 비하하며 살았을까요.” 이 깨달음은 제가 지식으로서 전달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스스로 감정을 비워내고 정화한 자리에 자연스럽게 찾아온, 강력한 치유의 통찰이었습니다.
마지막 회기: 수치심이 사라진 자리에 뿌리내린 평온
상담의 마지막 여정에서 우리는 민석 님을 가장 고통스럽게 했던 그 보급창고의 기억을 다시 대면했습니다. 놀랍게도 민석 님은 더 이상 구토감이나 명치의 통증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그 일이… 그저 아주 오래전 일어났던 수많은 사건 중 하나로만 느껴져요. 더 이상 그 불쾌한 냄새도 나지 않습니다. 마음의 불편함이 0점이에요.”
미래 점검을 위해 1년 뒤, 민석 님이 누군가와 즐겁게 대화하며 가벼운 신체 접촉을 자연스럽게 나누는 장면을 상상해 보도록 안내했습니다. 민석 님은 입가에 편안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더 이상 도망치고 싶지 않아요. 오히려 사람의 온기가 기분 좋게 느껴집니다.”
저는 그의 무의식에 강력한 긍정적 암시를 심어주며 상담을 마무리했습니다. “이제 당신의 무의식에는 이 평온함이 깊게 자리 잡았습니다. 당신의 몸은 본래 깨끗하고 소중하며, 당신은 충분히 사랑받고 또 사랑을 나눌 자격이 있는 사람입니다. 이 내면의 확신은 일상으로 돌아간 뒤에도 당신을 안전하게 보호할 것입니다.”
에필로그: 성벽 밖으로 걸어 나온 사람
상담이 종결되고 약 한 달이 지났을 무렵, 민석 님으로부터 한 통의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상담사님, 요즘 저는 IT 동호회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사람들과 어울려 웃는 것이 이토록 편안한 일인지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늘 방 안에만 숨어 지내던 제가, 이제는 밖에서 커피 한 잔 마시는 시간을 손꼽아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민석 님은 이제 외부의 시선이나 과거의 망령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스스로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최면적 접근이 마음의 급한 불을 끄는 응급처치였다면, 세상을 향해 내딛는 그의 발걸음은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매일의 양식이 되었습니다.
감정은 억누르고 외면할 때 괴물이 되지만, 용기 내어 마주하고 들여다볼 때 비로소 우리를 자유롭게 해줍니다. 민석 님이 스스로 마음의 문을 열고 나온 것처럼, 당신의 내면에도 그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는 이미 존재합니다. 단지 그 열쇠를 찾는 과정을 제가 곁에서 정성껏 도와드릴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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